걷고 오르고자연과 더불어한국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그 고약한) 심리

햇살이 비치자 산길 사이사이가 반짝인다. 모래나 작은 돌이 내는 빛일까. 고개를 숙여 살펴본다. 흙과 돌 사이에 낀 사탕, 캐러멜, 커피믹스 포장의 끄트머리가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플라스틱 조각 사진 대신. 어째서 산길에 꼬막 껍질이 있는걸까

국립공원에는 표지판을 비롯해 계단, 탐방로 표식 등 등산을 위한 설비가 잘 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자연에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다. 대신 자연생태계, 환경, 문화를 보전한다는 국립공원의 취지 하에 지정탐방로 외로 다니지 못하게 하고, 비박 금지, 취사/야영 제한, 출입 통제 시간 지정 등 관리와 보호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지리산에서는 반달곰이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고, 소백산 등 산들이 자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인위적인 보전과 관리에 논란은 많지만, 산을 찾을 수록 인간의 ‘선(善) 의지’를 의심하게 된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계단 사이로 페트병, 과자봉지를 구역구역 집어넣는 사람들의 집념, 산불이야 어찌됐든 피고 버린 담배꽁초…… 산내음, 바람, 꽃, 자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실망만 더해가고, 차라리 법으로 보호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힘이 실린다.

치악산 계곡길 바위 사이사이

챙겨 나오는 사람이 다수라도 몇몇이 버린 쓰레기는 길게는 몇백년 썩지 않은 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대수롭지 않게 버린 담배꽁초, 불씨 하나에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클린 산행’, ‘LNT(Leave No Trace)’와 같은 움직임이 퍼진다 한들, 못난 일부 때문이라도 통제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정된 곳에서만 야영, 취사를 가능하게 한 것이 일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나간 대피소마다 주변은 쓰레기장이었다.

오가면서 주운 쓰레기가 한 통. 쓰레기를 담은 플라스틱 통도 주웠다

쓰레기를 버리는 심리의 저변에는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 자연과 타인을 상대로 한 그릇된 통제욕과 과시욕, 내가 버려도 누군가가 치워줄 거라는 비뚤어진 기대가 엉켜있다. 특히 입장료가 없거나 낮고 접근성이 좋은 곳일 수록 그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는 사찰이 징수하는 입장료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허가된 시간과 구간에 한해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공공을 위한 편익이 값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 한탄스럽다.

“깨진 유리창 이론: 빌딩 유리창 깨져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두면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질 겁니다. 결국은 누군가가 빌딩에 침입하거나, 소유자가 없는 곳이라면 무단 점유자나 작은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도(sidewalk)를 생각해보죠. 쓰레기가 생겨나면, 이내 쌓이기 시작할 겁니다. 결국 사람들은 테이크아웃 식당의 쓰레기 더미를 길에 버리거나 심지어 차를 부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미국 범죄심리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

길을 가다 보면 유독 쓰레기가 많은 곳이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누군가 버린 (방치된) 쓰레기를 보고 하나 둘 따라서 버리다 쌓이게 된 것.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상은 특정 몇몇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쓰레기 투기는 반달리즘에 가깝다.”

– 샤논 톰킨스(Shannon Tompkins), 휴스턴 크로니클 <Psychology of litter in the great outdoors: things have to pick up> 중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중/강력범죄는 아니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반달리즘이나 주거 침입 및 기물 파손로 볼 수도 있다는 색다른 해석이 와 닿는다. 자연을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체가 사는 터전이라는 시각에서 나온 발상이다. 언젠가부터 말로 하면 당연한 기본조차 잊고 사는 경우도, 사람도 많아진 것 같다.

쓰레기를 버리는 고약한 심리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쓰레기를 줍는 것이라고 한다. 깨끗해진 길과 숲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는 게 첫 번째, 버리려고 했던 사람들도 누군가가 줍고 있을 때 버리려고 했던 손을 거두고 함께 줍게 된다는 게 두 번째 이유라고. 억하심정에서 글을 쓰려 자료를 찾다 보니, 적절 수위의 통제와 더불어 의식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과 실천이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로 보인다.

누구라도 가깝고 먼 산을 찾는 열정만큼 산을 아끼는 마음으로 하나 둘 주웠으면 좋겠다. 하나 둘 줍는 사람이 늘어나면 버리려던 그들도 뜨끔하겠지? 심정 같아선 담배꽁초에서 DNA라도 추적해 입산 금지 시키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발 아래 반짝이는 비닐 한 조각을 줍는 것 뿐이지 싶다.

오대산국립공원 계방산에서, 국립공원 요원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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