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유럽

(2016) 베를린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1,2차 세계대전이 지나고 전쟁의 상흔이 독일 곳곳에 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은 넷으로, 그리고 둘로 나누어진다. 1961년 베를린을 동서로 나누는 긴 벽이 세워졌다. 한 도시에 사는 친구와 가족은 이후 30여년을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힌 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었다.

베를린을 둘로 나누던 동쪽 벽 일부에 그림이 채워졌다. 1989년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은 1.3km의 콘크리트에 통일과 평화의 기쁨, 미래에 대한 형형색색의 희망을 그렸다. 베를린 뮐렌슈트라세(Mühlenstraße)에 위치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는 그렇게 분단의 역사 위에 탄생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동쪽 끝에는 오버바움 다리(Oberbaum Bridge, Oberbaumbrücke)가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와 프리드리히샤인(Friedrichshain)을 잇는다. 1732년에 처음 만들어진 다리는 당시 자치구의 경계 역할을 했지만, 장벽이 세워진 이후 동,서독의 경계가 된다. 124미터의 다리가 가로막히자 헤엄쳐 탈출하려던 사람들은 총에 맞거나 익사하여 죽음을 맞았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반대편 강가 한 켠에는 이들의 죽음을 기리는 비석이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무명의 탈주자들(The Unknown Fugitive)’을 기리며

장벽이 무너진 지 올해로 27년이다. 30대 중반 – 40대 즈음이면 유년 시절을 도시가 반으로 나뉜 채 분단과 억압을 겪은 셈이다. 누군가 목숨을 건 비장한 걸음을 내디뎠던 곳은 누구나 아무 거리낌 없이 건널 수 있는 길과 다리가 되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다리 위엔 주말은 맞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다리 한 켠 무명의 아티스트로부터 흘러나온 선율이 귓가를 맴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여기저기서 음악이 흘렀다

떠나기 전 베를린을 둔 평가는 엇갈렸다. 대체로 동선이 꼬이는 도시로의 여행을 권하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며 들어선 도시에서 크고 작은 화려한 간판 사이에 위치한 부서진 성당이 첫눈에 들어왔다. 포탄이 스쳐 으스러진 성당 지붕과 벽 뒤로 거대한 ‘벤츠’ 로고가 반짝이며 제자리를 돈다. 과거와 지금의 공존으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강렬한 무언가가 가슴에 남았다.


역사가 남긴 상처 위에 이름 모를 들꽃이 뿌리를 내렸다. 그들을 갈랐던 장벽 한 면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그림이, 다른 한 면에는 현재진행형인 전쟁의 아픔을 담은 사진이 길게 걸렸다. 애써 숨기거나 드러내지 않은 과거의 흔적 위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베를린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품은 도시의 첫 인상이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여행이 시작된 이 도시로 다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 미처 가보지는 못했지만 장벽이 있던 곳에 장벽 일부와 기념관을 세워두기도 했다. 테러의 토포그래피(Topography of Terror, Topographie Des Terrors) 박물관이나 베를린 장벽 기념관(Berlin Wall Memorial, Gedenkstätte Berliner Mauer)이 대표적인 예.

+ 참고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공식 홈페이지
http://www.eastsidegallery-berlin.de/data/eng/index-eng.htm

테러의 토포그래피 공식 홈페이지
http://www.topographie.de/en/

베를린 장벽 기념관
http://www.berliner-mauer-gedenkstaette.d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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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16) 베를린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 Sangwook Woo

    와~ 벤츠랑 성당은 절묘하게 포착했네. 여태까지 베를린을 수도로만 알았지 이렇게까지 상처가 있는 도시였는지는 잘 몰랐어.

    Reply
    • FlyingN

      오오 이게 누구야~! 이번 독일 여행에서 개인적으론 여러모로 베를린이 제일 인상 깊었어. 도시 구석구석이 다르고 느끼고, 생각할 거리가 많더라. 앞으로도 (기약 없지만) 기대해줘 ㅎㅎ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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