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유럽

(2016)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매일 아침 눈을 떠 회사, 학교, 그 어딘가로 향한다. 짧고도 긴 하루는 집으로 들어오면서 마무리된다. 어쩌다 한번, 주말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한 길로, 비슷한 경치를 무심결에 지나치는 일상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대하는 나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행으로 누군가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방인이 된다. 낯선 이의 시선으로 도시와 거리를 거닌다. 길 위의 휴지통조차 이방인에게는 신기하다.

거기까지 가서 ‘그걸’ 못보고 왔냐는 무심한 타박에 움츠러들기 싫어 유명하다는 곳도 기웃거린다. 각국에서 몰려든 인파에 떠밀리다 보면, 겨우 찍은 사진 몇 장 외에 남은 기억은 거의 없다. 제 의미를 찾지 못한 기억은 빠른 속도로 휘발된다. 책이나 TV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실제로 보니 그랬더라는,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모를 잔상에 허탈하다.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여행의 목적과 마주하는 태도는 제 각각이다. 인생이 그러듯, 정답은 없다. 화면과 종이로만 존재하던 그 그림, 장소를 눈에 담고 오는 것, 낯선 장소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 그저 다른 곳에 머무는 것, 모두 여행이다.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유럽을 찾았다. 낯설고 사람이 그리웠던 지난 번보다 나를 마주하고 대화하는 여유가 생긴 여행이었다. 물론 절반이 열린 여정으로 예기치 못한 시간과 비용이 터무니 없이 들어가고, 곳곳에 자의 반 타의 반 사건 사고가 도사리고 있어 어김없이 ‘다이나믹’했다.

이번 행선지는 독일이다

낯선 곳에 선 이방인의 유한한 시간은 호불호의 선택을 재촉했다. 당장의 허기를 잠재우기 위한 아침 메뉴를 둔 갈등이든, 다시 오기 힘든 갈림길에서의 고민이든, 일상적인 구속을 벗어난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었다. 우연한 선택으로 일상에서 보지 못한 선호를 발견하기도 했다.

결국 나에게 여행은 낯선 곳에서 두리번거리는, 변덕스럽고도 낯선 스스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와 세계에 대한 무지를 깨닫고, 또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워 또다른 여행을 그리게 된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이란 모토를 오롯이 생각과 행동으로 옮기기엔 아직 속이 좁고 욕심이 많다.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한정된 시간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무리해서 걸음을 옮기기 일쑤다.

답사가 아닌 여행으로, 체험이 아닌 경험으로 남길 바라며 또 한번 기록의 장을 연다. 언젠가는 일상처럼 여행을 대할 수 있는 두둑한 배포가 생기길, 그리고 매 걸음 조금씩 나와 세계에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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