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가까운 6번째 전주(여)행
기억 속 전주의 모습은 영화관이 촘촘하게 모여있는 거리가 유일했다. 돌이켜보면 연고나 용무가 있지 않고서는 한 도시를 2번 이상 찾기도 힘들지만, 그만큼만 줄곧 영화관만 가기도 쉽지 않다. 5번을 그렇게 다녔다. 한옥마을도, 풍년제과도, 영화관만 뛰어다니던 나에게는 바다 건너 다른 도시의 이야기만큼 생경했다.
그래서 야심차게 세운 이번 1박 3일 전주영화제 겸 여행 계획은 이랬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전주에 당도, 큰 배낭을 맡기고 카메라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길거리 음식을 맛본다, 한옥마을과 전동성당을 둘러보다 해질녘 가볍게 영화관을 향한다, 야시장을 들려본다, 청년몰이라는 곳도 있다는데, 등등. 꿈은 크게, 이상은 높게. 체력만 허락한다면야 뭐든 못하겠는가.
그렇다. 문제는 체력. 막상 아침에 눈을 뜨니 온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왜 하필 쉬는 날 몸살이 오는지. 원망보다 고단한 일상을 버티느라 수고한 스스로에 미안함이 든다. 재촉하지 않고 느지막하게 움직였다.
한때 기상부터 취침까지 치밀하게 시간표를 그린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지도와 입장권을 고이 넣어 서류철을 만들기도 했다. 계획 없는 여행은 조마조마했다. 지도 하나와 튼튼한 두 다리에 몸과 마음을 맡기기보다, 헤매는 동안 흘러갈 시간과 풍경이 미리 아쉬웠다.
돌발 상황은 예고없이 찾아왔다. 그랜드캐년을 향하던 버스는 허허벌판에 멈춰서고, 비행기는 연착되어 홍콩 공항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에어컨이 고장난 호텔 방에서 삐걱거리는 선풍기 하나로 습한 더위를 견뎌야 했고, 영하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곳이 얼어붙어 가진 옷을 죄다 껴입고도 추위에 떨어야 했다. 멀고 가까운 여행마다 애써 세운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도 때도 없이 예상 못한 일들이 생겨났다.
노력해도 안되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내’가 보였다. 계획이라는 강박에 짓눌렸던 나는, 계획이 일그러질 때 미묘한 쾌감을 느꼈다. 돌발 상황에서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표정, 심지어 웃기까지 했다. ‘죽기야 하겠어’라는 베짱이 생기고, 어차피 일그러진 계획이라며 정처없이 걸음을 옮기다 보니 여유가 찾아왔다.
이번 여행의 시간표는 미리 사둔 영화 티켓으로 충분했다. 30분이라도, 영화의 거리에서라도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여보자, 라고 다독이며 출발한다.
처마 끄트머리라도 볼 요량으로 한옥마을에서 1박을 할 예정이다. 먹거리야 말로 발길이 이끄는 대로. 영화제로만 여섯 번째 찾은 전주가 새로운 건 새롭게 접한 풍경 탓만은 아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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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전주시 개요 (2016년 4월 기준)
– 전라북도 도청소재지
– 위치: 동경 127˚ 북위35˚
– 면적: 206.22㎢
– 연평균 기온: 13.3℃
– 연강수량: 1313.1㎜
– 행정구역: 2구 33개동
– 인구(내+외국인): 658,983명
– 간단 역사: 후백제가 세워지고, 고려 시대에는 12목 (전주목)이 설치된 곳. 조선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자 4대 서고가 있던, 조선의 3대 도시 (한양, 평양, 전주). 한지의 본가라 불리며 기록 문화의 중심지이자 음식 문화가 발달한 도시.
– 교통편:
(고속버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 –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약 2시간 40분
(기차)
서울역 – 전주 (여수 EXPO): 약 3시간 15분 (S-Train, 1일 1회)
용산역 – 전주: 약 1시간 45분 (KTX)
* 2016년 5월 초 전주 고속버스터미널이 옆 건물로 이전. 이전 터미널은 허물 예정.
이제는 (구)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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