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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두웠다, 북한산

등잔 밑이 어두웠다
– 북한산 초행기

‘움직이자!’는 새해 결심으로 나고 자란 동네 뒷산밖에 모르던 나는 눈 덮인 산을 찾아다녔다. 고생에 고생을 거듭하고 다시는 아니 가겠다는 다짐 후에도 다시금 향하는 미스터리가 이어졌다. 눈이 좋고, 그래서 눈 덮인 산이 좋았다.

꽃샘추위 덕에 춘삼월에 눈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사시사철 눈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질색이다. 1주일 사이 봄은 눈과 겨울을 몰아냈다. 봄이 있어야 여름이 오고, 가을이 와야 겨울이 오는 자연의 이치를 내가 거를 요량은 없었다.

어둑한 아침, 무거운 몸으로 주춤거리다 치악산에서 북한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기다 고개를 들었다. 옅은 운무가 낀 백운대와 주변의 기암괴석에 압도되었다. 눈앞에 좋은 걸 두고도 멀리 돌아가는 우둔함은 새삼스럽지 않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홀대한 여러 것들이 생각났다.

운무가 걷힌 백운대에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온기가 섞였다. 얼어붙은 땅에 물이 흐르고 눈이 사라진 자리에 작은 싹과 꽃이 고개를 든다. 가파른 경사의 나뭇가지에도 새순이 돋는다.

사람의 말이 그어놓은 경계가 무색하게 겨울을 물리친 봄이 채비를 하는 동안, 산에는 늦가을의 정취도 배어 있는 듯했다. 푸른 잎 아래에는 그늘진 한 켠에는 미처 녹지 못한 작은 얼음이 반짝인다.

직선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말에 갇힌 좁은 시야가 자연 앞에 겸허한 순간이 한둘이겠느냐마는 산에서 만난 계절들은 매번 경이롭다. 인파로 북적이기 전까지 들려온 새와 바람 소리에 기나긴 하산길도 고단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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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기: 2018년 3월
  • 들머리: 백운대탐방지원센터 (도선사 앞)
  • 날머리: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북한산 둘레길 내시묘역길 구간)
  • 코스: 백운대탐방지원센터 – 백운대 – 노적봉 – 용암문 – 북한산성계곡 –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 총 이동거리: 약 7.6km
  • 총 소요시간: 7시간 (사진 찍고 쉬고 먹은 시간 모두 포함. 움직인 시간은 총 5시간 50분)
  • 유랑 노트:
    • 즉흥적인 우회로 코스 연구가 부족했던 탓에 하산길이 너무 길었다 (등: 2km, 하: 5.6km 정도)
    • 백운대 이전에도 많지만 하산길에 돌과 계단이 많아 특히 무릎에 무리가 간다
    • 전반적으로 난이도는 중. (등산길:중, 하산길:하)
    •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백운대 정상에서 몇몇 사람들이 숨은벽능선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넘어가는 모습에 기겁
    • 완만하고 시원시원한 바위와 물이 이루는 경관이 빼어난 계곡길은, 예상대로, 인산인해
    • 제대로 알기까지 200-300번은 가야하지 않겠냐는 기사님의 의미심장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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