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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혼란 속의 출국

그야말로 ‘멘붕’이다. 셀프 체크인 후 수하물을 부치기 위한 줄은 기둥을 돌아서까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전날 12시를 넘기지 않고 겨우 퇴근해 짐을 우겨 넣고 새우잠을 자고 나왔건만. 서는 줄마다 앞뒤로 사람이 몰렸다. 양쪽 셀프 체크인 기계를 차지한 부부는 서로 스크린을 오가며 자리를 맞춰본다. 그 뒤로는 여권을 여럿 들고 선다. 1분도 채 안되어 끝날 수 있는 셀프 체크인은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짐을 부치는 줄은 여전히 길다. 입구에서는 출발 시간 50분 전을 기입해준다. “이 시간까지 짐을 못 부치면 이야기하세요.” 홀로 서 계시던 아주머니는 일행에 손짓한다. 제 딴에 양해를 구하면서 한다는 말이 “내가 줄 서서 자리를 맡아 놨어요.” 저기, 공항에서마저 자리 맡기입니까. 짐을 들고 줄을 선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구요. 8명은 넘는 대가족이 골프채며 사람이 들어갈만한 가방들을 척척 밀며 끼어든다. 어안이 벙벙해졌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초록색 대한민국 여권을 가방에 밀어 넣었다. 그들의 비행 시각은 나와 같았다.

출발 시간 40분 전 출국 심사대를 겨우 통과했다. 기내에서나 하던 면세 쇼핑이란 걸 왜 이번에 한 건지. 무표정한 직원들은 고래고래 번호와 이름을 외친다. 새벽 수산물 도매 시장이 이런 모습일까.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내 차례가 지나간다. 만 원 아껴 보려다 수십만 원짜리 비행기 티켓을 날릴 수도 있겠다.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앉았다. 탑승 마감 직전에 친구가 들어왔다. 어제 본 얼굴인데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땅콩 회항 사건이 있었지만 비행기는 만석이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탓이겠지. 짧은 비행이지만 아침의 무례함을 떨쳐버리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내가 기대한 상식은 비상식의 범위였던가, 잠시 생각하는 사이 비행기가 출발했다. 짧은 비행에도 먹을 걸 챙겨주는 인심(물론 내가 지불한 결코 저렴하지 않은 티켓값에 포함되어 있는 항목)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자동 출입국 심사*에 등록된 손가락+을 찾아준 한복 차림 안내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동 출입국 심사(Smart Entry Service):
사전에 여권 정보와 안면, 지문을 등록한 후 자동 출입국 심사 게이트를 이용, 출입국 심사를 진행하는 시스템. 인천, 김포, 김해 등 국제공항 외에도 서울역이나 도심공항에서도 등록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http://www.ses.go.kr/ 에서 확인.

+ 자동 출입국 심사 때마다 지문 인식에 실패해 출입국 심사대로 줄을 다시 서곤 했다. 보통 등록된 오른쪽/왼쪽 검지. 너무 세게 눌러도 인식이 안 된다. 실패 메시지가 떠도 쫄지 말고 이 손 저 손 슬쩍 올려 놓아보자. 그렇게 해도 1-2분 남짓.

++ 연말, 주말, 연휴 + 아침 8-9시 출발 비행은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시간. 외항사 카운터는 한산한데 비해 대한항공만 유독 그랬던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낮 출발은 비교적 한산하다가 저녁 비행에 또 사람이 몰린다고. 3시간 일찍 도착하는 것을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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