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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익숙한 그 곳으로의 네 번째 여행

모교 근처에서 길을 잃었다. 떠난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곳에는 새로운 표지판과 가게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10여 년의 정든 기억은 낯선 풍경 앞에 갈 곳을 잃었다.

그에 비해 네 번째 찾은 오사카는 여전했다. 도톤보리의 게, 문어, 만두 간판이며, 도구야스지 시장의 젓가락 가게, 목욕탕 같이 몇 번을 맴돌았던 오무라이스 집, 12년 전 첫 여행에서도 지금도 헷갈리는 우메다 역과 난바 역 모두 그 곳에 있었다. 계절이 몇 번도 더 바뀌었는데 신기한 일이다.

오사카의 도심 속 촘촘한 타일이 박힌 나이든 건물들은 무너지는 대신, 곱게 덧칠되거나 세련된 휘장을 둘러 새로운 분위기를 냈다. 유리가 많은 신참 건물들은 오래된 시가지와 고참 건물들 사이에 은근하게 자리 잡았다. 건물과 거리가 통째로 사라지거나 바뀌지 않아 이내 익숙해졌다. 여전함 속 은근한 변화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유행가처럼 엇비슷한 건물이 하루아침에 우후죽순 들어섰다 사라지는 서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철이 오가는 고가 아래를 활용한 가게들

여전한 곳이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더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일본 사람들에 매료되었던 첫 여행. 남들에겐 먹으러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오타로드’ 탐방이 목적이었던 두 번째. 잘못 들어간 고급 레스토랑에서 알 수 없는 해산물 코스 요리를 먹으며 탄성을 질렀던 세 번째. 그리고 자유 여행이 처음인 친구와 나의 첫 자유 여행 추억을 나눈 네 번째까지.

익숙한 곳을 거닐며 새로운 추억을 덧입힐 수 있는 이 곳은, 서글픔마저 느껴지는 개발 지상주의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것 같아 다행이다.


여전한 도톤보리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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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15) 익숙한 그 곳으로의 네 번째 여행

  • 오 좋아요 좋아!! 첫글부터 너무 좋으네요~~~~~~

    Reply
    • FlyingN

      감사합니다. 종종 들러 편히 읽다 가시길 바랍니다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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